【코코타임즈】 유기견이 발생하면 먼저 정부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등록해 주인이 찾을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또 일정한 기간이 지나도 보호자가 나타나지 않거나 노령 장애 질병 등 중대 사유가 있을 때에 한해 안락사시킬 수 있다.
하지만 전남 순천시의 한 동물병원이 이 모든 규정을 어기고 지난해 하반기에만 무려 100여마리의 유기견을 마취도 없이 고통사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법규 위반은 물론 수의사 윤리규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12일 호남권동물연대 대한동물사랑협회 등 동물보호단체들에 따르면 순천시로부터 관리 위탁을 받은 해당 동물병원이 지난해 5~12월 마취도 없이 안락사를 시킨 유기견이 100마리가 넘는다는 이 동물병원 전 직원들의 증언이 나왔다. 유기동물을 안락사 시킬 때 먼저 마취를 하는 등 '고통을 최소화하는' 등 기본 규정을 따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직원들은 "유기동물 포획 당일 바로 안락사를 시킨 적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유기동물은 열흘의 공고 기간을 거쳐 처리해야 한다는 현행 법규의 처리 절차를 위반한 셈이다. 안락사를 시행하기 위한 6개 조건(노령, 장애, 중대한 질병, 사나움 등)도 무시했다.
호남권동물연대에 따르면 정부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2017~2020년 4년간 등록된 순천시 직영보호소의 안락사 숫자는 모두 132두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 해당 동물병원에서 안락사시킨 유기견들 중에 이 시스템에 등록된 유기견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적법한 등록과정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고통사시킨 것.
주사기 수술칼 등 재사용하고 지자체 사업비 횡령도
게다가 해당 병원은 유기견에게 주삿바늘을 닥치는 대로 찔러 넣어 폐나 다른 부위로 주사약이 들어가거나 피부를 뚫고 나와 주사약이 새는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주사기를 비롯해 일회용 수술용 칼과 바늘, 봉합실 등도 재사용한 것은 물론 주사액 빈병에, 남은 다른 주사액을 채워 재사용하거나 유통기한이 지난 약품을 보관하거나 사용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통기한이 지난 케타민을 TNR 수술을 하는 길고양이에게 투여하고 발작을 일으킬 때 쓰는 페노바비탈을 신고 없이 사용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해당 병원은 그러면서도 유기견 마리당 20만원 이상의 안락사 비용을 순천시에 청구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순천시와 위탁 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다른 동물병원들까지 포함하면 이 숫자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더해 호남권동물연대 등은 "이 동물병원이 순천시가 지원한 광견병 백신 등을 일반 반려동물에게 접종시키며 백신 접종비를 받아 부당 이득을 취했다"면서 "이 병원이 그동안 지자체 사업비를 횡령하거나 탈세 등 다른 불법 행위도 저질러왔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