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1인 시위 100일"... 천당과 지옥 오갔던 별이 입원기

  • 등록 2021.02.20 10: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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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타임즈】 아이를 무지개다리 너머로 홀연히 떠나보낸 후 벌써 100일이 훌쩍 넘도록 1인 시위를 이어 나가고 있는 별이 엄마 류미희씨는 그 때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아린다. 병원에서 겪었던 수모도 생생하다. 그 2주간의 기록을 류씨 기록과 구술에 따라 재생해본다.

 

10월 19일


별이(말티즈, 7세)가 갑자기 구토를 하고 쓰러졌다. 류씨는 허겁지겁 집 근처 동물병원을 찾았다. 그곳에서 '빈혈일지 모른다'는 의외의 진단을 받았다. 늘 건강하고 잘 놀던 아이였는데... 

 

 

긴가민가 했던 류씨는 더 큰 병원에서 다시 진단을 받아보고 싶었다. 그래서 인근에서 가장 큰 24시 병원을 찾아갔다. 규모도 큰 데다 "잘 한다"는 주변 얘기도 들었던 적이 있었기 때문. 

 

별이는 여기서 ‘면역매개성 용혈성 빈혈'(IMHA)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류씨가 받은 더 큰 충격은 담당 수의사로부터 들은 다음과 같은 얘기들.  

 

"(별이가) 재수가 없어서 병에 걸렸네요. 진료비가 500만 원 정도 나와요. 어떤 사람은 굿을 할 정도로 돈을 쓰기도 해요.” 

 

아이가 아픈 데, 병에 대한 자세한 설명보다 돈 얘기부터 꺼내더라는 것. 수의사는 이어 "수혈만이 정답"이라며 별이 혈액형(DEA 1.2)에 맞는 피를 수혈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당시 병원이 보유하고 있던 피는 DEA 1.1 뿐. 

 

(* 개의 혈액형(DEA·Dog Erythrocyte Antigen)은 국제적으로 크게 7가지가 인정되고 있으나, 우리나라 한국동물혈액은행에 따르면, DEA 1.1형의 강아지가 89%, DEA 1.2형의 강아지가 6%, DEA 1(-)형의 강아지가 5%정도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개는 ‘동종항체'(자연 발생 항체)가 없어 첫 수혈할 때는 혈액형과 상관없이 수혈 가능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수혈을 한 번이라도 받았다면 반드시 ‘교차반응 검사’ 후 혈액형을 확인해 수혈 받아야 한다. - 편집자 주) 

 

수의사는 "한 번쯤은 피가 맞지 않아도 괜찮다"며 수혈을 권했다. 하지만 정확하지 않은 혈액을 수혈할 경우의 부작용이 약 20%나 되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수혈을 거부하자, 수의사는 별이에게 스테로이드를 투여하고 치료를 끝냈다. 그렇게 55만7천300원을 결제하고 류씨와 별이는 집으로 돌아왔다. 

 

10월 20일 

 

하지만 나아지는 기미가 별로 없는데다, 오직 수혈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해서 이날 오후 7시께 결국 입원을 시켰다. 병원 측에서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DEA 1.1 혈액으로 일단 수혈을 하고 1.2 혈액은 주문을 해야 된다" 했다. 그렇게 하자고 하고, 2차로 60만5천원을 결제하고 물러나왔다. 

 

10월 21일 

 

병원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와 "별이가 별 문제 없이 간식도 잘 먹고 서있기도 한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찾아갔다. 담당 수의사도 "별이 상태가 괜찮다"고 그를 안심시켰다.  

 

하지만 별이 상태를 매일매일 확인한 후 사진을 보내주는 등 병원에서 당연히 해야 할 법한, 진짜 정보는 주지 않았다. 류씨가 요청을 할 때만 마지못해 겨우 사진 한 두 장 보내줬을 뿐. 

 

10월22일 

 

"오후 4시면 피가 도착한다"고 해서 시간 맞춰 병원을 찾아갔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DEA 1.2 혈액은 도착하지 않았다. 류씨는 왠지 모르게 병원 측에서 신속하게 일을 처리하지 않음을 느꼈다. 심지어 담당 수의사는 오후 2시에 이미 일찍 퇴근했다 했다. 

 

기다리다 하는 수 없어 집에 돌아왔다. 오후 7시께 다시 전화 했지만 그때까지도 혈액은 오지 않았다. "왜 이렇게 피가 늦게 도착하냐"고 따지자 20분쯤 뒤에야 피가 도착했다고 연락이 왔다.  

 

심지어 별이는 입원을 하는 동안 폐렴에도 걸려있었다. 걱정이 많아진 류씨는 이 날부터 별이를 챙기려 매일 몇 가지 간식을 챙겨 야간 면회를 다녔다.

 

10월 23일


빈혈 수치도 좋아지고 황달 증세와 염증도 많이 호전됐다고 전화가 왔다. 하지만 담당 수의사가 아닌 다른 수의사로부터였다. 그는 담당 수의사와는 달리 굉장히 친절하게 설명해줘서 마음이 놓였다. 

 

 

별이도 몸이 호전돼 가는 지, 면회를 가면 류씨를 알아보며 반겼다. 크게 기뻤다. 

 

10월 24일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별이가 빈 밥그릇을 핥고 있는 걸 봤다. 많이 배고픈 듯 했다.  

 

또 추운지 몸도 떨었다. 그래서 입원 당시 별이를 싸갈 때 사용했던 담요를 달라고 했다. 하지만 병원 측에서는 담요가 없다 했다. 그런데 나중에 진료실에서 그 담요를 걸레처럼 사용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10월 25일 

 

병원 측에 별이 병실을 옮겨 달라고 부탁했다. 별이가 있는 케이지 위 아래로 다른 강아지들이 너무 많이 짖어대서 별이가 불안해 하는 게 역력했기 때문. 

 

저녁에 담당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혈소판이 좋지 않아서 스테로이드를 과다 투여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10월 26일 

 

수의사가 입원실 별이에게 간식을 좀 가져다 주라고 했다. 류씨는 간식을 주면 잘 받아 먹는 별이 모습을 보며 정말 행복했다. 식성도 돌아오고 건강도 슬슬 호전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동물병원 직원들이 지나갈 때마다 별이가 사시나무 떨 듯 몸을 떨고, 눈 동공 초점이 풀리며 무서워하는 모습이 마음에 걸렸다. 별이가 왜 그러는지 걱정이 많았으나, 그 원인을 알 길이 없어 답답했다.  

 

면회를 갈 때마다 입원실 밖에서 여직원들이 깔깔댔다. 류씨를 비웃는 듯했다.  

 

(* 아래 관련기사 "별이 엄마, 혹한에도 100일 넘게 1인 시위 해온 이유는?"(2021년 02월 19일자 코코타임즈)의  '소고기', '소풍' 부분 참조- 편집자 주) 

 

10월 27일 

 

별이의 빈혈 수치, 혈소판 수치가 정상적으로 돌아 왔다는 희소식을 들었다. 하지만 2차 폐렴에 걸린 것을 동시에 확인했다.  

 

"내일(28일) 퇴원을 해보겠냐"는 수의사의 제안을 받았다. 3차 결제로 약 268만원이 나왔다. 그런데 "200만원으로 깎아주겠다"고 했다. 왜 병원비를 깎아주겠다는 건지 의아했다. 

 

10월 28일 

 

다시 찾은 병원에서 "268만원을 200만원으로 낮춰주겠다"고 다시 얘기했다. 그래서 (카드가 아닌) 현금 190만원을 내고 결제를 마쳤다. 

 

그런데, 느닷없이 담당 수의사가 "별이를 퇴원시키겠느냐, 아니면 입원을 더 하겠느냐"고 물었다. 무슨 말인지 고민이 됐다. 이미 집에 별이 외에도 다른 강아지들이 있는 것도 마음에 걸리지만, 당분간 별이 안정이 더 필요할 듯 해서 "그렇다면 입원을 며칠 더 연장하겠다"고 했다. 

 

그날 밤에 또 면회를 갔고 변을 싸 놓은 모습을 확인했다. 간식도 잘 받아먹었다. 일어서서 꼬리도 흔드는 별이의 모습을 뒤로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왔다.

 

10월 29일


이 날도 어김없이 면회를 가서 별이에게 간식을 줬다.  

 

 

그런데 별이가 간호사만 보면 침을 흘리고 떨며 무서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런 별이를 안아서 달래주다가 별이 엉덩이에 욕창이 생긴 걸 확인했다.  

 

욕창에 걸린 것을 수의사도 간호사도 몰랐던 것일까 의구심이 들었다. 그래서 별이 욕창 부위부터 우선 씻겨주었다. 어제까진 일어서서 자신을 반기던 별이가 오늘은 왠지 뒷다리에 힘이 없어 펄썩 주저앉는다.  

 

류씨는 야간 근무자한테 내일(30일) 담당 수의사가 근무하냐고 물어보았다. “내일 담당 수의사가 근무한다”라는 말을 듣고 다음날 직접 이야기해봐야겠다 생각하고 돌아왔다. 

 

10월 30일 

 

병원에 가기 전, 먼저 전화를 했다. "오늘 별이를 퇴원시키고 싶으니 퇴원 준비를 해달라"고 전달했다.  

 

하지만 담당 수의사는 이날 휴무였다. 대신 다른 수의사가 설명했다. 그는 차트를 보면서 "모든 수치가 정상이고 잘 먹기만 하면 언제든지 퇴원이 가능한 상태"라 하면서도 “담당의가 휴무이기 때문에 오늘 퇴원은 어렵다”고 했다. 

 

불안한 마음에 류씨는 그 날 밤 늦게 다시 면회를 갔다. 별이는 힘 없이 주저앉아 있었고, 엉덩이 욕창 부위엔 연고를 발라 놓은 것도 확인했다.  

 

며칠 전과는 달리 먹는 양이 현저히 줄었고, 간호사만 보면 침을 흘리며 떨고 무서워하는 모습은 여전했다. 

 

10월 31일 

 

병원을 찾아갔다가 담당 수의사는 이날도 만나지 못했다. 별이가 케이지 안에서 힘없이 주저앉아있는 모습만 멀찍이서 지켜봐야 했다. 

 

그런데, 이날 병원 직원들이 여러 강아지들한테 억지로 약을 먹이는 모습을 봤다. 별이가 입원하는 동안 어떻게 있었는지, 간호사들만 보면 왜 침을 질질 흘리면서 떨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11월 1일 

 

이날은 담당 수의사한테 전화가 왔다. 그는 류씨에게 "별이 퇴원시키겠냐"고 물었다. 평소 류씨와 친하게 지내던 펫샵 단골손님과 같이 오후 6시 넘어 퇴원 수속을 밟았다. 

 

축 처져 힘이 없는 별이를 들어 올리자 평소보다 너무 가벼웠다. 코 또한 말라있고, 입은 다물지 못하고 살짝 벌려져 있었다. 병원에서 준 알마겔(위약)을 받았고, 4차 계산으로 이번엔 106만7천원을 결제했다. 

 

별이는 집에 돌아와서도 미동조차 않은 채 누워만 있었다. 

 

11월 2일 

 

며칠째 계속 힘이 없고 제대로 먹지 않는 별이에게 류씨가 할 수 있는 것은 약이라도 먹이는 것 뿐. 안타까운 마음으로 계속 지켜보기만 했다. 해줄 수 있는 게 없었기 때문이다.

 

11월 3일


다시 별이를 데리고 병원을 찾았다. 담당 수의사가 ‘포스트잇’ 메모지에  ‘1번, 검사+수혈. 2번, 주사+처방약’이라고 적어 휙 건네며 “두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하라”며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별이한테 쓸 돈은 이제 남아있는 아이들(류씨의 다른 반려견들)에게 쓰라”고 했다. 마치 별이를 포기하란 말처럼 들렸다.  

 

그는 또 “다른 병원은 시체 냉동실이 7만원인데 우리 병원은 5만원”이라 했다. 또 “제가 처음에 500만원 정도 나온다고 말했는데 정확하죠?”라며 웃으면서 이야기하는 모습에 류씨는 소름이 돋았다. 

 

"아직 살아있는 별이를 앞에 두고 할 수 있는 말인가…" 싶었지만, 그 말조차 내뱉지 못했다. 별이가 들을까 봐. 

 

담당 수의사는 이어 "별이가 3차 폐렴에 또 걸렸다"며 "(집에서) 약을 어떻게 먹였길래 폐렴에 또 걸렸냐?"고 류씨를 책망하듯 말했다.  

 

그러자 류씨가 "폐렴은 병원에서 이미  걸려 있었다"고 항변하니, 뒤늦게 차트를 확인하고는 “어? 병원에서도 걸렸었구나”라며 넘어갔다. 별이 몸 상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는지 의심스러운 대목이었다. 

 

병원은 이날 별이에게 다시 피하주사를 투여했고, 류씨는 32만1천400원을 결제했다. 

 

11월 4일 

 

새벽 4시 50분. 피를 토하던 별이는 결국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너무나도 건강하고 예뻤던 별이는 그렇게 엄마 류씨 곁을 떠나갔다. 

 

 

 

 

... 그리고 11월 9일 

 

장례까지 다 치렀지만, 별이는 류씨 가슴에서 떠나질 않았다. 류씨 역시 지난 2주간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며, 무언가 억울하다는 마음이 커져갔다. 결국 이날부터 1인 시위를 시작했다. 

 

한겨울. 날씨는 너무나 추웠으나, 가슴을 후벼 파는 억울함은 그걸 뛰어넘게 했다. 외롭고 힘든 싸움이 계속되었지만, 병원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1인 시위 43일째 되던 날, 담당 수의사가 시위를 멈춰 달라고 하며 "도의적인 차원에서 200만원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일종의 보상비였던 셈이다. 

 

하지만 류씨는 거절했다. "병원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무엇보다 먼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류씨는 이제 1인 시위가 100일을 훌쩍 넘었다. 하지만, 그는 "그동안 보여준 병원의 태도로 볼 때 나의 1인 시위는 가야 할 길이 아직 많이 멀다는 느낌이 계속 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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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 송창호 song@coco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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