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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수의사 자살률, 일반인의 2배... 이렇게 높은 이유는?

 

 

【코코타임즈】 동물의 생명을 책임지는 수의사 자살률은 일반인보다 2.7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왜 그럴까? 

 

미국 제약사 머크(MERCK)가 만든 '머크애니멀헬스'가 지난 4월 발표한 '2020년 수의사 웰빙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년 간 자살에 대해 생각해본 수의사는 10만명당 7천455명. 미국 25세 이상 일반 성인(3천600명)의 그것보다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구체적인 자살 계획을 세워 봤던 수의사도 1천463명으로 일반 성인(882명)보다 약 1.7배 많았다. 실제로 자살까지 시도했던 수의사는 174명으로 일반 성인(64명)보다 2.7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수의사, 여성 수의사 자살 더 많이 생각해


보고서에 따르면, 그 중에서도 임상 경력이 초기인 젊은 수의사들이 자살을 더 많이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로 살펴보니 임상 초기 26~34세 수의사들의 자살 생각이 11.1%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는 한창 일할 나이인 35~49세가 8.9%였다. 

 

그 다음은 50~64세 (4.3%), 65세 이상 (2.7%) 순이다. 임상 경력이 많아질수록 환경에 적응해가며 덜 예민해지는 셈이다. 

 

 

 

 

또한 여성 수의사들(9.0%)이 남성 수의사들(5.5%)보다 자살 생각을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나왔다.

 

동정 피로, 도덕적 책임, 낮은 수입이 수의사 자살 주원인


이에 따라 일에 지치고 마음이 무너져 무기력해지는 '번아웃'(Burnout) 지수도 수의사가 3.1. 일반인(2.0)보다 상당히 높았다.  

 

 

반면, 사람 의사들(physicians)의 번아웃 지수는 2.24로 일반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수의사들이 일반 의사들보다도 정신 건강 측면에서 볼 때 더 취약한 상태에 놓여있다는 얘기다. 

 

연구진은 "수의사들이 자살 생각을 하게 되는 주요 원인은 심각한 심리적 고통 때문"라며 "이러한 심리적인 스트레스는 신경 과민, 긴 근무시간, 높은 채무와 연관이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수의사로 활동 중인 한국인 유투버 <The Dogtor>는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무엇이 수의사들을 죽이는가'에 대해 3가지 원인을 꼽았다. 

 

첫째, 동물에 대한 '동정피로'(compassion fatigue) 때문이다. 고통스러운 현실이 지속되면서 아픈 환자에 대한 동정심이 약해지고, 그게 계속되면 어느덧 무기력해지는 피로 상태다. 

 

아프고 힘든 동물에 대한 불쌍함, 안타까움, 동정심 등의 감정도 사람마다 한계치가 있지만, 동물을 치료하는 수의사는 매일 이들에게 감정이입을 하고 동정심을 쓰는 '정서적인 희생'(emotional toll)이 뒤따르기 때문. 

 

특히 수의사들이 치료하고 싶어도 정작 동물 치료는 보호자의 선택 영역. 만일 보호자가 반대하거나 소극적이라면 수의사로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될수록 이들이 느끼는 절망은 커진다.  

 

또 최선을 다해 치료했음에도 "진료비가 비싸다"며 욕하는 보호자들, "자신의 동물을 죽였다"고 비난하는 보호자들, 그리고 오랫동안 돌봐온 환자를 안락사를 시켜야 하는 경우 등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수의사의 자살률을 높이는 원인 중 첫째로 손꼽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내 동물 살려내라" 수의사 비난하는 환자들도 치명타


둘째, 수의사는 도덕적 책임의 희생양이라는 이유다. 정작은 치료비가 부족했거나 아까워서였지만, 치료가 불가능해지면 보호자들이 자신이 아니라 수의사에게 화살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 

 

 

특히 환자가 죽게 되면 보호자들은 치료비를 내지 않으려 한다. 오히려 "아이를 죽였다"며 온갖 비난을 하기 일쑤다. 

 

 

 

 

수의사의 과다한 부채와 낮은 소득도 자살 원인 중 하나로 나타났다. 

 

2018년 미국의 보건전문직 평균 소득을 조사한 결과, 다른 전문직에 비해 수의사의 수입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미국의 경우 대학 출신자들의 학자금 대출 비중이 높다. 미국 수의사들도 기본 학업 기간이 6년. 거기다 인턴에 레지던트, 그리고 개원 비용까지 합치면 임상 초기부터 상당한 빚을 안고 시작하는 셈이다. 

 

미국의 경우, 수의사 한 명 기준 약 15만 달러(약 1억8천만원)의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수입은 다른 전문직에 비해 현저히 낮다. 경제적 안정을 갖기 위해선 사람 의사들보다 상대적으로 더 오랜 기간 동안 빚 청산을 위한 고통을 감당해야 한다.

 

위기에 처한 수의사 정신 건강


수의사의 번아웃과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 머크애니멀헬스 연구진은 일과 삶의 균형, 동료들간 우호적 관계, 안정적인 수입 등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또한 충분한 수면, 운동, 취미 생활과 정신건강 상담 등을 추천했다. 

 

연구진들은 예방 방법 중 미국수의사회(AVMA, American Veterinary Medical Association)가 제공하는 웰빙 프로그램도 추천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수의사들은 사회적 지원, 스트레스 관리 등에 관한 내용을 배울 수 있다.

 

수의사 자살 예방 위한 미국 자선단체 NOMV

 

 

 

 

 

수의사의 자살률과 우울증을 알리기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는 'NOMV'(Not One More Vet)라는 자선단체(바로가기)가 있다.  

 

수의사들의 자살을 예방하고, 지원하기 위한 캠페인을 지난 2014년부터 벌여왔다. 6년 여가 지난 지금, 회원이 전 세계에 걸쳐 약 2만5천 명으로 늘었다.  

 

여기 참여하는 많은 수의사들이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에 'NOMV'스티커를 붙여 수의사 동료의 정신 건강을 개선하기 위한 즉각적인 조치에 대한 그들의 절박함을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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