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타임즈】 이르면 내년, 또는 내후년부터 진찰비 예방접종비 등 동물병원 기본적인 진료비 정도는 보호자들이 미리 알고 병원을 골라갈 수 있게 된다.
진찰비, 입원비, 예방접종비, 검사비 등 자주 하게 되는 다빈도(多頻度) 진료는 병원 로비나 홈페이지 등 보호자들이 잘 볼 수 있는 곳에 가격표를 반드시 게시하도록 의무화되기 때문이다.
또 수술이나 수혈, 마취 등 중대진료는 보호자에게 해당 내용을 사전에 충분히 알리도록 수의사에 설명 의무를 지운다. 이들 비용이 많이 나오는 진료항목들은 병원이 예상 진료비도 미리 알려주도록 했다.
수의사법 개정안(대안), 3일 국회 상임위 통과... 이르면 내년부터 시행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위원장 김태흠)은 3일, '제9차 전체회의'를 열어 이같이 수의사법 개정안(대안)을 심의 의결했다. 오랜 논란 끝에 결국 상임위를 통과한 것이다.
이에 따라 개정안(대안)이 다음 절차인 법사위 심사를 거쳐 연말 또는 내년 초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하면 내년부터는 관련 규정들이 본격 시행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병원마다 진찰, 입원, 예방접종, 검사 다빈도 진료비 게시 의무화
개정안(대안)은 먼저 진찰비, 입원비, 예방접종비, 검사비 등 자주 하는 다빈도 항목들의 비용은 보호자가 쉽게 알 수 있게 병원이 미리 게시하도록 했다. 구체적인 항목은 농식품부령(시행규칙)으로 정하도록 했다.
병원 로비에 붙여놓거나, 홈페이지에 올려놓도록 하는 방식. 엑스레이 검사 등 표준화가 별도로 필요하지 않은 부분들부터 그 가격을 공개해, 병원들마다 차이가 많이 나는 것부터 막자는 것. 보호자들이 기본적인 진료비 정도는 알고 병원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얘기다.
당연히 동물병원은 게시된 금액을 초과해 진료비를 받을 수 없다.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어긴 경우,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 시정 명령을 계속 이행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병원 영업정지로도 이어진다.
위원회는 "동물병원 개설자로 하여금 예방접종이나 검사 등 일정한 진료 항목에 대해 진료비를 보호자 등에 게시하도록 하는 내용"이라며 "동물의료 선택권을 강화하고, 진료서비스 소비자의 진료비에 대한 수용도를 높일 수 있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단, 개정안은 게시 의무는 법 시행 이후 6개월 이후부터, 시정명령 등 처분은 1년 후부터 시행하도록 했다. 특히 수의사가 1명 뿐인 소형 동물병원은 시행령 심의 단계에서 1~2년 더 유예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동물병원이 게시한 진료비용과 산정기준을 조사·분석해 그 결과도 공개할 수 있도록 했다. 전국 동물병원 예방접종비를 모두 취합해 평균가 등을 공개할 경우, 일종의 가격비교 사이트가 생기는 효과가 있다.
개정안은 이를 위해 동물 질병명과 진료항목들에 대한 표준화 작업을 위한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예를 들어 지금은 광견병, 광수병, 래비즈(rabies) 등 여러가지 혼용해 쓰고 있지만 이를 '광견병' 하나로 표준화하는 것.
다만, 표준화 작업엔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연구용역 등 준비 과정을 거쳐 실제 현장 적용은 법 시행 2년 이후로 유예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진료비'(fee) 표준화는 아예 추후 과제로 미뤄 놓아, 현재 이재명 윤석열 대선 후보들이 공개 언급했던 '동물진료 표준수가제 도입'과는 배치되는 모습을 보였다. 국회가 대선후보들의 언급을 공개적으로 무시해버린 모양새다.
수술 수혈 등엔 사전 설명 및 수술비 고지 의무 부과
개정안(대안)은 또 수술이나 수혈 등 진료비가 많이 나오는 '중대 진료행위'에 대해선 수의사에게 설명의무를 더 강하게 요구한다.
보호자에게 진단명과 수술 필요성, 방법, 내용, 예상되는 후유증이나 부작용, 수술 전후 준수사항을 미리 설명하고 서면 동의까지 받도록 한 것.
마치 의료법이 사람 생명·신체에 중대한 위해(危害) 우려가 있는 수술, 수혈, 전신마취 등에 사전 설명의무를 둔 것과 비슷한 형태다.
이 때, 예상 진료비도 미리 알려야 한다. 하지만 "암 수술을 하는데, 개복을 해보니 전이가 많이 됐다는 등 수술 과정에서 변동이 발생해 진료비가 추가됐을 경우에는 수술 후에 변경하여 고지할 수 있도록" 일부 예외는 뒀다.
다만, 상임위는 "설명 및 고지 의무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건 그 시행을 1년, 2년 후로 늦췄다"면서 "중대 진료행위를 어디까지 정할지 등에 대해서도 법 시행 3개월 전까지는 농식품부가 법 집행 준비상황을 상임위에 종합 보고하도록" 단서를 달았다.
대한수의사회, "지원은 없고, 의무만 지우려 한다" 유감 표명
한편, 대한수의사회(회장 허주형)는 이번 수의사법 개정안의 상임위 통과에 유감을 표명했다. "(사람)의료와 달리 수의(獸醫) 분야에는 정책적 지원도 없고, 심지어 진료비에 10% 부가세까지 부과하고 있다"면서 "수의사들에 과도한 의무만 지우려 한다"는 것이다.
이어 "수의료를 '공공재'로 취급하려면 먼저 부가세를 면제하고, 자가진료와 약사예외조항부터 완전히 철폐하는 등 최소한의 균형이라도 맞아야 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