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타임즈】 "수의사는 없고 캣맘만 있다."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TNR) 사업을 놓고 일부 캣맘들의 간섭과 감시가 도를 넘는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수의계가 들끓고 있다. 비전문가인 캣맘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정부가 정작 수술 전문가인 수의사들의 의견을 무시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지난 8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대한수의사회 이사회에서는 '마당개 중성화 수술 지원 및 길고양이 TNR 관련 대응'에 대한 수의사들의 격정 토로가 이어졌다.
수의계 등에 따르면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진행된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을 놓고 수년간 수의사와 캣맘간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 농림축산식품부가 TNR 정책의 세부기준을 담은 '고양이 중성화사업 실시요령'을 개정하면서 수의사들의 불만이 고조됐다.
'고양이 중성화사업 실시요령' 놓고 갈등
당초 길고양이의 몸무게가 2㎏ 미만이거나 임신, 수유 중이라 하더라도 수의사 판단에 따라 중성화할 수 있도록 개정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일부 고양이보호단체가 반대해 무산됐다. 이와 관련해 이사회에서 한 수의사는 "과학적 판단을 무시하고 감성적으로만 접근하면 고양이들이 금방 번식하게 된다"며 "농식품부 고시대로 하면 생태계 교란을 일으키고 그 피해는 결국 애꿎은 고양이한테 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몸무게가 2㎏ 미만이어도 성 성숙이 빨리 오거나 영양 상태가 좋은 성묘라면 수술이 가능하다는 것이 수의사들의 판단이다.
임신 초기 고양이의 경우 초음파를 찍어야 임신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사업에서 한정된 예산으로 초음파와 혈액 검사 등을 하기는 쉽지 않다. 더욱이 중성화의 궁극적 목적이 '인도적인 개체수 조절'이라는 점에서 임신 초기 고양이까지 중성화를 중단하는 것에 대해 찬반이 팽팽하다.
수의사들은 "정부가 지원은 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재능 기부를 요구하고, 캣맘들은 고양이 1마리라도 잘못되면 지역사회에서 해당 수의사를 매장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2㎏ 미만 중성화 판단은 수의사의 재량"
이사회에 참석한 또 다른 수의사는 "캣맘들이 TNR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전문가인 수의사들에게 교육을 받아야 한다"며 "일부 문제를 일으키는 수의사들도 있으니 전체적으로 윤리의식이 포함된 교육 등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한수의사회는 최근 농식품부와 간담회에서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과 관련해 △몸무게 2㎏ 미만 개체가 포획된 경우 즉시 방사는 수의사 판단 하에 결정 △수의사 진료행위에 대한 일부 동물단체 간섭 지양 △현실화된 중성화 비용 책정 등을 논의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마당개 중성화 수술 지원에 대해서도 △심장사상충 검사 필수 △수의사 판단에 따른 추가 검사 진행(거부시 소유자가 책임) △개복 수술의 경우 수의사 판단에 따라 3~5일 입원 등을 제안하기도 했다.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