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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전쟁영웅’, 여기선 ‘조랑말’







【코코타임즈】 #1.











미국인들이 추앙하는 특별한 '경주마'가 있다.
우리나라 제주도 출신의 평범한, 그리고 자그마한 조랑말.
심지어 미국은 물론 우리나라에서조차 한 번 우승을 해본 적도 없다.


그래도 이 말은 미국 최대 경마장이 있는 동부지역 켄터키주 렉싱턴의 'Horse park'를 비롯,
미 전역 3곳에 큼지막한 동상이 서 있다. 












렉싱턴 Horse Park에 들어선 'Reckless' 동상. 












'레클리스(Reckless)'.
"무모하다 할 만큼 용감하기 짝이 없다"라고 동료들이 붙여준 애칭이다.
원래 이름은 '아침해'. 우리말이다.
광복 직후, 지금은 없어진 서울 성수동 서울경마장이 그의 본거지였다.


하지만 그의 경주마 성적은 신통찮았다.


그러나 한국전쟁이 터지고 경마장이 문을 닫으면서 말 주인은 그를 미군에게 헐값에 넘겼고,
미 해병 대전차부대에 소속되면서 그의 진가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주특기는 탄약 수송병.
 
























척박한 자연환경 속에서도
거센 바람과 거친 파도를 헤쳐가며 가족들을 먹여 달리던, 강인한 제주 여자들을 닮은 듯,
'암말' 아침해는 빗발치는 포탄과 총소리 속에서도 숱한, 거의 기적에 가까운 성과를 올린다.
 

산꼭대기에 통신선을 설치하는 임무는 일반 병사 12명의 몫을 해냈고,
한국전 막바지에 중공군과 벌이던 마지막 혈전('베가스 전투' Battle of Vegas)에선
51개 전장을 누비며 4.000kg이 넘는 무반동포 포탄을 300여 회나 실어 날랐다.
포탄 파편에 다치고, 찢어지면서도 가파른 산길을. 그것도 하룻밤 새 56km 넘게 오르내린 것. 

특히나 엄청난 소음에다 포탄까지 쏟아지는 전쟁터에서,
그것도 기수 역할을 하는 안내병조차 없는 상황에서 홀로 그 강행군을 해냈다는 점에서
당시 미군들로선 "우리에게 탄약을 지원해주는 생명선"에 다름없었다.
 





















이미 1952년, '미 해병대 병장'이었던 아침해는
한국전이 끝난 후 다른 병사들과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로 이송됐고

1959년, 1700여 병사들이 도열한 가운데 '미 해병대 하사(Staff Sergent)'로 진급했다.

 




















아침해는 한국전 당시부터 우리나라와 미국으로부터 각각 대통령 표창을 받은 것을 비롯해
미 '퍼플 하트' 훈장 2개, 유엔 훈장, 한국전 참전 훈장 4개 등 무수한 훈장과 표창을 받았다.
영국도 이를 기려 국가 안보에 기여한 동물에게 수여하는 특별한 상, '디킨 메달'을 수여했다.


'라이프(Life)'가 선정한 '세계 100대 영웅'에도 당당히 뽑히는 등
이미 '레클리스'라는 애칭으로 미국에서 너무나 유명해져버린 아침해는
그 이듬해 명예전역을 하고, 1968년 5월 눈을 감았다.
당시 나이 20세.
암말 1마리와 수말 3마리를 후손으로 남기고 '영원한 해병'으로 해병기지에 안장된 것이다.

한편,
미국은 한국전 정전 60주년을 맞아
지난 2013년엔 버지니아주 해병대 박물관에,
3년이 지난 2016년엔 캘리포니아주 팬들턴 해병기지에 그의 동상을 세웠다.
그리고 2018년 5월엔 켄터키주 렉싱턴 '호스파크'에 세 번째 동상을 세워 그를 다시 기렸다.
 












 


 













#2.
경기도 연천은 한탄강이 굽이쳐 흐르는 아름다운 곳.
수십만 년 전, 화산이 터지고 용암이 흘러내려 생긴 지층이라
한탄강을 따라가면 깎아지른 협곡에다 '연천전곡 지구대'라는 특별한 단층대를 눈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맑고 수려한 한탄강 일대는 슬픈 역사를 지니고 있다.
38선과 중부지역 요충지 철원평야를 끼고 있어
한국전쟁(1950~1953년) 내내 치열한 전투가 수없이 되풀이되었던 곳.
전쟁에서 흘린 수많은 사람들의 선혈과 포탄 잔해들이 한탄강을 가득 채운 채
굽이굽이 휘돌아 흘러갔을 것이다. 

그 한탄강을 막아 건설한, 홍수조절용 '한탄강 댐' 물 문화관을 가면 1층에 특별한 공간이 있다.
6.25전쟁의 상처와 그 쓰라린 흔적들을 사진들로 재현한 전시실. 

















거기에 우리의 주인공이 있다.

가로 30cm, 세로 50cm 정도의 자그마한 전시물.










사진 몇 장과 간단한 설명문, 그리고 오려서 세워놓은 사진 스탠드에 불과한 그 자리에 말이다.
우리에겐 어쩌면 잊혀버린, 그냥 단순한 '제주 토종말'에 불과한 지도 모른다.

 




















그 설명문엔 단 하나의 문장뿐.
너무나 단조로워, 오히려 생뚱맞다는 느낌마저 준다.
마치 6.25의 상흔을 다시 들추어내기엔 아직 마음의 고통이 너무나 크게 남아

더 이상은 들여다보기조차 쉽지 않다는 듯이.

 













군마 '아침해'. 그의 또 다른 이름 '레클레스(Reckless)'도 함께. 

" 신설동 경마장을 달리던 군마 '아침해'는 미군 해병에 팔려
1953년 3월 연천지역에서 벌어진
미 해병 1사단과 중공군 120사단의 네바다 전투 때
탄약과 포탄을 나르는 임무를 수행했다."













그나마 '레클리스'를 추모하고, 그의 진가를 되새겨보려는 이들이 있다.
인근 백학면 'DMZ레클리스협동조합'.
중국 일본 미국 필리핀 베트남 키르기스스탄 등지에서 건너와 이곳에 정착한 이들과 원래의 주민들이 함께 만든 마을기업이다. 다민족 다문화 커뮤니티인 셈이다.


이들은 주민자치위원회 등과 함께 한쪽 마을 길 이름을 '아침해맞이길'로 정하고 
여기 바닥에 레클리스 일대기 그림을 그리거나,
각종 조형물들로 '호국영웅레클리스공원' 조성 사업을 벌이는 등
각종 기념사업을 벌이고 있다. 

레클리스 서전트(Reckless Sergent), '아침해'의 치열했던 발자취가 스며있는 여기 이 곳. 
숱한 세월이 지났어도 국가도 우리도 되살리지 못했던 그를
시골의 한 작은 동네가 다민족 다문화 커뮤니티의 힘을 빌어
다시 살려내고 있는 것일까. 

















 


https://blog.naver.com/cocomemoria/221569389002
 














Kwater 한탄강댐물문화관


경기도 연천군 연천읍 고문리 898-1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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